AI 기술은 지난 10년간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2025년 현재 그 발전 속도에 ‘속도 저하’와 ‘정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상업화 이후 수많은 기대가 쏟아졌지만, 최근 기술적 성숙도와 상용화 효율의 괴리, 자원 및 정책 환경의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AI는 더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AI 기술 발전 둔화의 구조적 원인 5가지를 중심으로, 현 상황을 이해하고 향후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1. 한계에 도달한 대규모 모델 아키텍처
최근 AI 모델의 발전은 ‘더 크고 복잡한 모델’로 진화해왔습니다. GPT-4, Claude, Gemini 등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대규모 언어모델(LLM)로, 2023년까지는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2024년 이후부터는 모델 크기를 키워도 성능 향상이 정체 또는 미세 개선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스케일 법칙’의 한계에 부딪힌 결과로 해석됩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큰 연산으로 학습시킨다고 해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혁신이 동반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모델이 너무 커지면 추론 속도 저하, 비용 증가, 오류 누적 등 부작용이 동반되며, 실용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 됩니다.
2. 고갈되어 가는 고품질 학습 데이터
AI 기술은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습하고 진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고품질 텍스트·이미지·음성 데이터의 절대량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GPT-4, Gemini 등의 모델은 이미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공공 데이터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규로 투입할 수 있는 '미학습 데이터셋'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작권 보호 강화, 개인정보 규제, 플랫폼의 데이터 비공개화 추세로 인해, 데이터 접근성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업과 연구소는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나 프라이빗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품질·신뢰성 문제로 인해 성능 향상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AI 모델의 진화는 결국 '새로운 지식의 공급'이 필요한데, 그 원천이 메말라가고 있는 셈입니다.
3. GPU 및 연산 인프라 병목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연산 인프라, 특히 GPU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도 NVIDIA의 GPU 수급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H100, B100과 같은 최상위급 칩은 대기업에 우선 공급되고, 중소기업·대학·연구기관은 수개월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과 ESG 기준 강화로 인해 고성능 AI 연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 한국 등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 승인 자체가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이는 AI 프로젝트의 규모 확장과 신규 모델 학습 속도를 늦추는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4. 기술 인재와 연구 리소스 집중화
AI 분야는 고도의 수학, 컴퓨터 공학, 언어학, 윤리학 등이 융합된 복합 기술 영역으로, 고급 인력의 확보가 기술 발전의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현재 AI 인재는 대형 테크기업 중심으로 집중화되고 있으며, 스타트업이나 학계는 상대적으로 리소스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중국·유럽의 거대 기업은 인재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연구 성과의 공개보다는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오픈소스 생태계와 공동 발전 구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신진 연구자들이 '공공 연구'보다 '기업 연구직'을 선호하면서, 장기적 기술 혁신보다 단기 수익성이 우선시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5. 규제, 윤리, 사회적 수용성 문제
AI 기술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 앞서 규제와 윤리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2025년 들어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속도가 기술 발전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AI법(AI Act)을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도 AI 생성 콘텐츠의 명시 의무,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 강화, 딥페이크 금지 등 규제를 연이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는 필요한 조치이지만,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속도를 늦추고, 상용화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사회 전반의 AI 피로감과 'AI 불신' 분위기 확산도 기술 채택 속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사용자가 느끼는 유용성과 정확도 간의 간극, 잘못된 정보 제공에 대한 책임 이슈, 일자리 대체 논란 등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 역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입니다.
결론: 성장 정체는 위기이자 다음 진화를 위한 전환점
AI 기술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계’라기보다, 다음 혁신을 위한 조정기로 보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지금의 둔화는 오히려 기술 내실화, 사회적 수용성 확보, 지속 가능성 기반 혁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더 크고 빠른 모델’이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의 AI, 분야 특화형 AI, 인간 협업형 AI 등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전략을 세운 기업과 연구자만이 다음 단계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