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사회 안전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특히 범죄 예방 및 보안 영역에서의 AI 활용은 ‘사후적 대응’에서 ‘사전적 예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며, 공공 정책과 기술 윤리, 도시 계획이 만나는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함의를 제공한다. 범죄 발생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한 도시 감시 시스템, 그리고 경찰조직과의 기술 융합은 이제 현실적인 사회 인프라의 일부가 되고 있다.
2025년 현재, 다수의 도시들은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보안 정책을 구축하고 있으며, AI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조율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사회적 정의와 자유, 윤리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1. 범죄예측기술의 알고리즘 구조와 정책적 함의
범죄 예측 AI는 과거의 사건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유형의 범죄가 미래 어느 시점에, 어떤 공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확률적으로 추정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과 지리정보시스템(GIS), 통계적 회귀 분석 등을 통합한 구조로 작동한다.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보통 사건의 시공간 정보(시간, 위치), 범죄 유형, 가해자 및 피해자의 특성, 기후, 교통량, 인구 밀도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의 차량 절도 발생률이 우기 기간 동안 급증한다는 패턴이 학습되면, AI는 이 시점과 장소에 대해 위험 등급을 부여하고, 예방적 순찰을 제안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의 PredPol(현재는 논란 끝에 중단)과 시카고 경찰의 Strategic Subject List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고위험 인물이나 지역을 특정하여 자원 배치를 최적화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와 경찰청이 협력하여 ‘지능형 범죄예방지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범죄 다발 구역에 경찰 인력을 우선 배치하는 예측 순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정책적 활용은 수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예측 기반 자원 배치가 특정 지역에 대한 과잉 감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이 기존의 사회적 편견(예: 특정 계층, 인종, 연령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재생산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설계 철학과 윤리 기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2. AI 기반 지능형 CCTV의 감시 기술 진화
지능형 CCTV는 오늘날 범죄 예방 전략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기존의 CCTV가 단순 기록 장치에 불과했다면,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영상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분석과 자동 경고 기능이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은 객체 인식(Object Detection), 행동 패턴 분석, 얼굴 인식, 차량 번호 인식 등을 결합하여 이상행동을 탐지하고,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경찰 지휘본부나 도시통합관제센터에 전송한다.
서울특별시는 현재 약 8,000여 대의 CCTV에 AI 분석 기능을 부착해 군중 속 이상 행위를 탐지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심야 시간대 취약 지역에 대해 ‘이상행동 자동탐지’ 시스템을 시범 적용 중이다. 이는 사람이 누워 있거나 장시간 머무르며 배회하는 행위 등을 탐지하여, 상황 발생 후 5초 이내에 담당 지자체 혹은 경찰에 통보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딥러닝 기반의 YOLO, EfficientNet, ResNet 등의 모델이 활용되며, 영상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위협 감지 확률을 시각화된 대시보드로 전달하는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도시 설계와 통합된 ‘스마트시티형 보안 시스템’은 이러한 지능형 CCTV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용되며, 범죄 예방은 물론 재난 감지, 교통 제어, 응급 대응까지 통합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사생활 침해와 시민 감시 사회라는 비판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얼굴 인식 기술이 시민의 동의 없이 활용될 경우, 헌법적 권리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데이터 보존 기간, 사용 목적의 제한, 제3자 접근 통제 등의 규제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기술적 독재’라는 우려도 피할 수 없다.
3. 경찰·보안 시스템과 AI의 실질적 융합 사례
AI를 실제 경찰 업무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단순한 분석도구가 아니라, 정책 결정과 현장 운영을 위한 ‘조언자 시스템’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융합은 기술 인프라뿐 아니라 제도 설계, 인적 자원, 교육 시스템 등 복합적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한국 경찰청은 2023년부터 ‘범죄예방지원 AI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는 전국 사건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시간대별, 장소별, 범죄 유형별 위험도를 시각화하고,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에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위험도에 따라 순찰 코스를 자동 조정하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경찰관이 모바일 단말기로 해당 정보를 수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AI 기반 긴급신고 분석 시스템은 112 콜센터에 도입되어, 신고 음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감정톤, 위급 단어, 배경음 등을 바탕으로 실제 긴급 사건 여부를 판단한다. 이 결과는 신고 응답 속도를 평균 17초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AI는 물리적 순찰의 보조 수단을 넘어서, 실제 치안 전략 수립과 위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경찰 행정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재난 대응, 마약 탐지, 교통 통제 등 보다 넓은 영역으로의 확장이 예측된다.
결론: 기술은 보조자일 뿐, 정의는 사회가 설계한다
AI를 활용한 범죄 예측과 감시 시스템은 효율성과 정확성 면에서 기존 치안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지닌 본질적 성격은 도구에 불과하며,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철학과 기준으로 운영하느냐는 결국 인간 사회의 몫이다.
AI가 사회 안전의 기반으로 작동하려면, 기술적 성능 향상만이 아니라, 투명한 알고리즘 설계, 사회적 합의, 민주적 통제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범죄 예방은 기술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의 윤리, 법제도,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복합적 시스템이며, AI는 그 과정에서 ‘스마트한 도구’이자, ‘비판 가능한 동료’로 기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