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인공지능의 진화는 단순한 기능 향상을 넘어 존재론적 전환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가지 개념이 첨예하게 부각됩니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와 GAR(Generalized Autonomous Reasoning). 둘 다 인간 수준의 지능 혹은 그 이상을 구현하려는 비전을 공유하지만, 철학적 뿌리, 기술적 구조, 실현 전략은 뚜렷하게 다릅니다. 한쪽은 지능 그 자체의 구현을, 다른 한쪽은 사고(Reasoning) 구조의 일반화를 지향합니다. 본문에서는 AGI와 GAR의 목표 설정 방식, 자율 추론 구조, 그리고 내포하는 철학적 함의를 비교하며, 이들이 인공지능의 미래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지 분석합니다.
목표 설정의 차이: 범용 지능 vs 제한된 자율성
AGI는 ‘범용지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인간처럼 모든 환경에서 학습하고,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 그것이 AGI의 이상입니다. AGI는 단순히 특정 작업을 잘하는 인공지능(Narrow AI)을 넘어서, 어떤 문제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설계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학습의 일반성(generalization)과 목표 수립의 자율성(self-determined goals)입니다. 반면 GAR는 ‘자율 추론’을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입니다. GAR는 범용 지능을 지향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논리적이고 설명 가능한 추론 체계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둡니다. GAR는 입력된 정보로부터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그 근거를 설명하며, 필요시 자기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구조입니다. GAR는 인간처럼 모든 환경을 처리하려고 하기보다는, 명확한 상황 인식과 추론 능력을 통해 ‘문제 해결 과정’을 최적화하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즉, AGI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AI’를 꿈꾸고, GAR는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AI’를 현실화하려는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AGI가 목표 지향적 존재라면, GAR는 목표 조건 내에서 추론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죠.
자율 추론 구조: 사고의 범용성 vs 사고의 절차성
AGI가 꿈꾸는 것은 인간과 거의 유사한 지능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추론뿐 아니라 직관, 감정, 창의성, 상호작용까지 포함해야 하며, 그 기반은 다양한 학습 방식(지도, 비지도, 강화학습 등)의 통합에 있습니다. AGI는 추론을 포함하지만, 그것을 지능의 일부분으로 간주합니다. 여기서 추론은 필요 조건이지, 중심은 아닙니다. GAR는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GAR는 ‘추론 그 자체’를 중심에 두고, 논리적 일관성, 상황 해석 능력, 설명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내재화하려는 접근입니다. GAR 시스템은 보통 다음과 같은 모듈로 구성됩니다:
- 상황 해석 (Context Understanding)
- 명제 기반 추론 (Propositional & Predicate Logic)
- 계획 수립 (Goal-Based Planning)
- 자기 평가 루프 (Meta-Reasoning)
GAR는 사고의 일반화보다는 사고의 절차화와 체계화를 추구합니다. 한 번의 정답보다 추론의 경로가 더 중요하며, 인간이 결과뿐 아니라 ‘왜’에 주목하듯, GAR도 그 설명력에 강점을 가집니다. 기술적으로 AGI가 인간의 뇌를 모사하려는 ‘모델 중심’ 접근이라면, GAR는 인간의 사고 방법을 도식화하려는 ‘프로세스 중심’ 접근에 가깝습니다. 두 접근은 종종 혼용되지만, GAR는 특정 문제에 대해 ‘왜 그 답을 선택했는가’를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AGI보다 실용적이고 검증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철학적 차이: 존재론 vs 절차론, 자율성 vs 설명가능성
철학적 관점에서 AGI는 ‘기계가 인간처럼 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제기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하나의 인격적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존재론적 논쟁과 연결됩니다. AGI는 사고, 감정, 자아 인식 같은 철학적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으며, 윤리·법·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 논의를 촉발합니다. GAR는 상대적으로 철학적 부담이 덜한 편입니다. GAR는 ‘기계가 사고를 할 수 있는가?’보다,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가’에 집중합니다. GAR는 기능적 시스템으로서의 AI이며, 인간처럼 느끼거나 존재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고의 구조, 논리의 흐름, 인과 관계의 분석과 같은 절차적 지능(Procedural Intelligence)을 구현하려 합니다. 또한 GAR는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과 책임성(Accountability) 측면에서 AGI보다 훨씬 유리한 시스템입니다. AGI는 자율적이지만 ‘왜 그런 결정을 했는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GAR는 판단의 근거가 체계화되어 있어, 의사결정 과정을 검증하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GAR는 법률, 의료, 정책, 교육 등 인간의 책임이 필수적인 영역에서 높은 활용 가능성을 가집니다. 요약하자면, AGI는 철학적·기술적 꿈의 대상이라면, GAR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다리입니다. AGI가 인간과 경쟁하거나 대체하려 한다면, GAR는 인간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협력적 AI로 자리매김합니다.
결론
AGI와 GAR는 경쟁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보적일 수 있습니다. AGI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종합적 지능이라면, GAR는 ‘왜 그런 해결책이 적절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의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하게 될 미래에서, GAR의 추론 기반 사고는 기술적 진보 그 이상으로, 신뢰와 투명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제공할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미래는 AGI의 무한한 가능성과 GAR의 구조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