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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2.0, 한국은 과연 주도국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외교, 기술표준, 글로벌역할)

by moneymonth100 2025. 4. 11.

한때 동서양의 문명과 문화를 연결했던 실크로드는 세계사를 뒤흔든 연결망이었다. 그 길 위에서 상품만 오간 것이 아니라, 권력과 기술, 사상과 가치가 함께 이동했다. 2025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실크로드를 목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비단과 향신료가 아니라, 데이터, 디지털 기술, 클라우드, 알고리즘이 흐른다. 그 이름은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다.

이 디지털 실크로드는 단순한 연결 인프라의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무역, 외교, 안보, 그리고 통치 구조까지 뒤흔들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질서 재편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서 과연 디지털 실크로드의 ‘주도국’이 될 수 있는가?

실크로드 2.0 한국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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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실크로드란 무엇인가: 단순 연결을 넘어선 질서의 재설계

디지털 실크로드는 전통적인 도로·철도·항만 중심의 물리적 인프라가 아니라, 5G·6G 통신망, 해저 광케이블, 위성 인터넷,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AI 연산망, 디지털 결제망 등 국가 간 데이터 이동과 기술 표준의 연결 구조로 이루어진 새로운 글로벌 경로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히 인터넷 연결이나 정보 교환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구축된 AI 시스템, 디지털 화폐, 결제 플랫폼은 해당 국가의 정책 결정, 경제 통제, 정보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즉, 이것은 기술의 문제이자 주권과 규범, 나아가 가치의 경쟁인 것이다.

중국은 화웨이, ZTE,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디지털 일대일로’를 확장하고 있으며,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자국산 기술과 통신 표준의 수출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은 이에 대응해 ‘클린 네트워크’, ‘글로벌 게이트웨이’ 등의 전략으로 민주주의 진영 중심의 디지털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이처럼 디지털 실크로드는 단순한 기술 연결이 아니라, 지정학적 연대, 무역 질서, 정책 프레임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전방위적 경쟁이다.

2. 한국의 현재 위치: 기술력과 신뢰, 두 축의 잠재력

한국은 디지털 실크로드의 중심을 노릴 수 있는 드문 국가다. 기술 측면에서는 AI 반도체, 5G·6G 통신 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솔루션, 클라우드 인프라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핵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네이버는 자체 AI 하이퍼스케일 모델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SK텔레콤과 KT는 5G 기반 도시망 구축, 공공 통신 플랫폼 수출을 통해 중동·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한 제도 측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디지털 행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UN 전자정부평가, OECD 디지털정부지수에서 한국은 2024년 기준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신뢰 기반의 디지털 정책 수출 가능성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기술과 제도라는 ‘이중의 힘’을 갖춘 국가로, 디지털 실크로드의 중추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3. 주도국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 설계자에서 규범 제안자로

그러나 디지털 실크로드의 ‘주도국’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 수출이나 인프라 구축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는 글로벌 디지털 질서의 규칙을 제안하고, 조율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① 디지털 외교의 전략화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AI 윤리, 사이버 보안, 디지털 교육,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괄한 종합 협력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 이는 단순 ODA를 넘은 플랫폼형 외교로 진화해야 한다.

② 글로벌 규범 공동 제안
디지털 결제, AI 알고리즘,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안보 등 각종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표준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국제기구에서 이를 공동 조율하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제도는 뒤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에서 중간 국가로서의 조정자 역할이 가능하다.

③ 한국형 플랫폼의 글로벌화
스마트시티 운영 체계, 전자정부 시스템, 클라우드 기반 의료·교육 솔루션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한국형 디지털 플랫폼’을 국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 수익을 넘어서 데이터 주권, 기술 신뢰, 장기 영향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결론: 실크로드 2.0,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이미 형성되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그 위에 설 것인가, 아니면 지나가는 길을 지켜볼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기술력, 제도 역량, 정치적 중립성, 글로벌 신뢰도를 동시에 갖춘 국가다. 이 조건은 디지털 실크로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다만 이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능동적 외교, 과감한 전략, 국가 차원의 협업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여야만 디지털 실크로드 2.0의 ‘주도국’이라는 자리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역사는 연결망을 만든 자의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지금, 다시 한 번 연결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