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누가 어디든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년층에게 이동권은 곧 삶의 질이자 자립의 상징입니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보택시’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이 기술이 시니어층의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로보택시를 타는 날이 과연 금방 올까요?
과연, 고령층도 로보택시를 ‘안전하게, 쉽게, 자주’ 이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현실적인 시니어층의 교통 문제를 중심으로, 로보택시가 얼마나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고령화 사회의 풍경, 시니어 이동 문제의 현주소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눈에 띄는 광경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천천히 길을 건너는 노인, 무릎을 짚고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고령화’라는 단어는 통계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서 체감되는 현실입니다.
한국은 2025년이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됩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시점이죠. 문제는 이들이 대중교통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몸이 불편해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렵거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데 서툴러 버스나 지하철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외출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신체 활동 부족, 우울증, 인지 저하까지 유발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복지차량을 더 투입하자’는 수준을 넘어, 고령자 개인이 주도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자율주행 기술이 녹아든 로보택시입니다.
로보택시, 시니어가 정말 이용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빠릅니다. 이미 일부 도심에선 운전석이 없는 차량이 사람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된다고 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기술 격차와 디지털 소외 문제가 심각한 시니어층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시니어가 로보택시를 이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1. 이해하기 쉬운 호출 시스템: 복잡한 앱 설치, 인증, 지문 로그인 등은 시니어층에게 큰 벽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기업은 음성 기반 호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트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가장 가까운 로보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되는 방식이죠. 또,동사무소나 복지센터에 설치된 호출 키오스크와 연동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2. 심리적 두려움 해소: 로보택시를 처음 타보는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는 ‘불안하다’입니다. 사람이 없이 혼자 타는 상황이 무섭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일부 차량에는 AI 안내 로봇이 동승합니다. 유사 인간형의 로봇이 “출발하겠습니다, 혹시 불편한 점 있으신가요?”라며 말을 걸어주는 식입니다. 이 작은 소통이 심리적 거부감을 크게 낮춥니다.
3. 비상 대응 체계: 고령자 특성상, 이동 중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박수 감지 센서, 앉은 자세 이탈 감지기, 응급 콜 버튼 등 실시간 생체 정보 모니터링이 필수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탑재되면, 차량이 자동으로 가까운 병원에 이송하거나 보호자에게 즉시 알림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4. 탑승 편의성: 단차가 낮은 차량 설계, 자동 슬라이딩 문, 내부 손잡이, 앉기 쉬운 고정형 좌석 등도 중요합니다. '로보택시 전용 시니어 패키지'라는 형태로 이런 기능을 옵션화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습니다.
즉, 시니어도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과 배려의 문제입니다. 사용자 맞춤 설계가 동반될 때, 로보택시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동행’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사례로 본 시니어 로보택시의 가능성
세계 각국은 고령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로보택시 기술을 ‘복지 서비스’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외곽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AI가 음성으로 경로를 묻고, 탑승자의 상태를 감지해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거나, 특정 구간에선 경고음을 울리는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이 서비스에 대한 한 이용자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딱히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없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오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기술이 사람을 움직인 게 아니라, 사람이 기술 덕분에 다시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시니어 중심 스마트타운에 로보택시를 도입하면서 실버존 전용 노선을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단 몇 걸음 만에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안전’, ‘단순함’, ‘친근함’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기준으로 사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고, 긍정 평가가 85%를 넘었습니다.
한국은 서울, 판교, 세종 등지에서 시범 운행 중이며, 서울시는 ‘스마트 복지 모빌리티’ 모델을 개발해 복지택시와 로보택시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토부는 ‘돌봄 이동 서비스’에 로보택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2026년까지 고령자 대상 전용 로보택시 도입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 로보택시, 기술을 넘은 ‘사람의 교통’이 될 수 있을까?
로보택시는 단지 기술로 만들어진 차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을 어디로든 데려다줄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시니어층에게 이 자유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절실한 권리입니다.
우리가 로보택시를 개발하는 이유는 효율성이나 혁신만은 아닐 겁니다. 누군가가 더 이상 외출을 두려워하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고,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그 평범한 이동이 가능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기술은 어느새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사람을 이해하는 설계, 그리고 함께 가려는 사회의 의지입니다. 로보택시가 고령자의 발이 되어주는 시대, 그것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미래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