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교육 현장은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현상과 기술적 변화 속에서 교사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다면적이고 융합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이 학생들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상에서의 혐오 표현 문제는 교실 바깥에서 시작해 교육 현장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과거에는 교사의 물리적 시야 내에서 이루어졌던 언어 폭력이, 이제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틈새에서 더욱 은밀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혐오 감지 시스템의 도입이 학급 관리와 정서 지원 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 공간 내 디지털 혐오의 양상과 구조적 특성
현대 청소년의 언어 사용은 이전 세대와 질적으로 다르다. 짧고 압축된 표현, 신조어와 이모지, 은어적 맥락 등이 포함된 비형식 언어는 기존 교육적 접근만으로는 해석과 개입이 어렵다. 특히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특정 인물의 외모나 성별, 성 정체성, 가정환경을 대상으로 하며, 이는 대체로 공식적인 교육공간이 아닌 SNS, 학급 단톡방, 온라인 학습 플랫폼 내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이와 같은 표현이 처음에는 ‘농담’ 혹은 ‘밈(meme)’의 형식을 띠고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비하 언어와 은근한 사회적 배제가 지속될 경우, 피해 학생은 심각한 자존감 저하와 학습 동기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교사는 이를 사후적으로 발견하더라도 정황 파악과 증거 확보가 어렵고,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에도 한계가 따른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교사의 개입을 어렵게 만들며, 혐오 표현의 무감각한 확산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다.
AI 기반 혐오 감지 기술은 이 지점을 보완할 수 있다. KoBERT나 KoGPT 기반의 자연어 처리(NLP) 알고리즘은 문장 간 맥락을 고려해 비유적 표현, 우회적 비난, 조롱과 같은 간접적 혐오 발언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한국어 특유의 문법 유연성과 조어 사용 패턴에 적응한 딥러닝 모델은 학생들 간의 실시간 디지털 대화를 분석하고, 위험도를 예측해 교사에게 사전 경고를 제공할 수 있다.
AI 기반 혐오 감지 시스템의 기능적 적용과 교육적 효과
AI를 교사 업무에 통합할 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도구로서의 AI’가 교사의 교육적 판단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학급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내장된 혐오 감지 모듈은 학생 간 메시지를 실시간 분석하여 공격성, 비하적 표현, 정서적 불안 요소를 감지하고, 사전 정의된 임계치에 도달할 경우 교사에게 개별 알림을 제공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차단’ 기능을 넘어서 교육 현장의 구조적 요구에 맞춰 다양하게 확장된다. 예를 들어, 감지된 발언이 반복적으로 특정 학생에게 집중될 경우 AI는 ‘언어적 괴롭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고, 익명 리포트를 생성하여 교사가 학급 운영에 참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전체 학급의 정서적 언어 사용 현황을 시각화하여 정기적인 언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결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교육청 단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교사 연수를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민교육, 언어 감수성 훈련, AI 기반 의사결정 윤리 등의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술이 단순히 ‘통제의 수단’이 아닌 ‘성찰의 기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다. 일부 학교는 AI 감지 결과를 학생과 공유하며, 자율적 반성 노트나 언어 습관 개선 프로젝트와 연계해 학생 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AI 활용과 교사의 윤리적 역할 재정립
AI가 제공하는 혐오 감지 기능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데이터 기반의 추론에 불과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언어의 뉘앙스, 학생 간 관계성, 맥락의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 즉 교사이다. 따라서 AI는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지원하는 보조 수단으로 위치 지워져야 하며, 그 결과 해석과 개입 책임은 교육 전문가의 몫이어야 한다.
특히 ‘AI 감지 결과의 교육적 활용’에는 윤리적 논쟁이 동반된다. 예컨대, AI가 오탐지한 표현에 근거하여 학생을 지적하거나 벌점을 부여하는 것은 정서적 위축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감지 시스템의 한계와 가능성을 교사와 학부모, 학생에게 명확히 고지하고, 결과 활용에 대한 사전 합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사 스스로도 AI 도구 사용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능 숙지가 아니라, AI 기술이 갖는 사회적 함의, 알고리즘의 편향 가능성, 데이터 윤리에 대한 기본 소양이 동반되어야 한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사 대상 ‘AI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실제 사례 기반의 실습과 피드백 중심의 연수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술과 윤리, 교육 실천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전문성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결론: 기술은 도구일 뿐, 신뢰는 교육이 만든다
AI 기반 혐오 감지 시스템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의 언어 환경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정서적 위기 상황을 조기에 인지하며, 체계적으로 학급을 운영할 수 있는 강력한 보조 수단이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은 데이터를 해석하지만, 사람은 그 데이터를 삶의 맥락에서 이해한다.
학생들의 언어는 감정과 관계의 반영이며, 교사는 그 속에서 의미를 읽고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AI는 그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유능한 동료이자 도구로 작동해야 하며, 진정한 변화는 결국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교 공동체 사이의 신뢰 속에서 가능하다.